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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시절 한동안 숏컷을 고수하면서 지낸 시기가 있다. 압구정동의 난다긴다하는 헤어 디자이너의 가위질에 의해 내 머리는 비교적 세련되고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고 생각한다. 숏컷은 의외로 돈도 많이 들고 관리도 힘들다. 그래서 금손이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예쁘게 자라서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이용했었다.

 

90년대 유행하던 짧은 헤어 스타일과 펌 헤어

 

 

그러다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고, 하염없이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기는 해도 막상 젊은 시절 때를 회상하면서 잘랐다가는 나이가 더 들어보일 것 같아서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렇다고 중년 전용의 찰진 이부진 스타일의 헤어로 바꾸고 싶지도 않고.

 

젊은 여성의 상징이던 긴 생머리


20세기말, 긴 생머리는 젊은 여성의 상징이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무렵에는 뽀글뽀글한 펌 헤어로 바뀌고 외모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 되면서 남편이 바람이 나고 등등. 그런데 세대가 바뀌고 마인드도 바뀌고 생활 방식도 완전히 바뀌어서 중년 여성이 그렇게 펌 헤어를 하고 다니는 경우는 단 한 명도 보질 못했다. 지금 할머니들의 펌 헤어는 익숙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세대만의 트렌드가 이어져 온 것 같기도 하고.


21세기 긴 머리 중년 여성

 

 


고현정은 나이 50이 넘었어도 긴 생머리를 고수한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고소영도 최지우도 긴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긴 생머리는 더 이상 젊음의 상징이 아니다. 그런데 아마도 활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긴 머리는 더없이 거추장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성 정치인 중에 긴 생머리를 고수하는 분들은 하나도 안 보인다. 보다 전투적으로 보이기 위해 더 짧게 하면 했지. 젊으나 늙으나 숏컷은 시원시원해 보이는 매력이 있다. 뭔가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기도 하고. 센 이미지도 있고. 

70년대 페미니스트의 상징이던 긴머리

1970년대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긴 머리를 고수했었다. 그리고 현재는 페미스트들이 짧은 숏컷으로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레즈비언 중에도 숏컷으로 남장 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들은 나름 예쁜 것만 추구하는 더러운 세상에 대한 저항 의식을 표현한 것인데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얼굴도 더 예쁘게 꾸밀 줄 알아야 설득이 먹히는 법이다.

 

그래서 부당함을 외치더라도 일단 꾸미고,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신념을 보여야지 남성처럼 하고 다니면 그냥 게을러서 혹은 귀찮아서 그러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혹은 도태된 자신에 대한 울분을 표현한 것일지도. 결론은 숏컷을 하더라도 예쁘게 치라는 말. 그리고 특히 젊은 여성이 숏컷을 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반드시 기분전환용에 더 나은 모습의 연출이어야 하는 거고, 거기에 더해야 할 것은 이전보다 완벽한 화장에 있다. 실제로 숏컷을 하고 나면 꾸밀 일이 더 많다. 화장도 더 공들여 해야지 얼굴도 더 예뻐 보이고 옷도 더 신경써서 입어야 한다. 

 

송지효의 숏컷 연령대별 이미지 차이

 

그런 이유로 젊은 여성이 숏컷을 하면 더 예뻐 보이는 것이고 50대가 숏컷을 하면 예뻐 보이는 것보다 센 여성처럼 보이는 거다. 물론 나이 상관없이 화장기 없이 숏컷을 하고 다니는 애들은 아 몰랑 페미과 인 것이고. 송지효의 이십대 시절 숏컷과 40대의 숏컷이 주는 이미지가 사뭇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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